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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25.10.20) 감사원 "증도가자 심의, 보고 누락·통계 왜곡" 총체적 부실'증도가자', 7년간의 누명 벗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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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5-10-2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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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남권희 경북대 명예교수 연구실의 조판틀 ⓒ현대경제신문 DB
증도가자의 존재를 처음 세상에 알린 남권희 경북대 명예교수 연구실의 조판틀 ⓒ현대경제신문 DB

[현대경제신문 박명섭 기자] 지난 2017년 문화재 지정이 부결된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심의과정에서 △보고 누락 △통계 왜곡 등 다수 위법 및 부당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증도가자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유물 가능성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세계 인쇄 역사를 새롭게 쓸 증도가자는 인쇄본만 남아있는 직지심체요절이나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경'과 달리 실물 활자 그 자체라는 점에서 독보적인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지난 17일 본지 [국감2025]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증도가자', 7년간 누명 벗나 보도 이후 입수한 감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심의 과정에서 △심의결과 통보 지연 △조판 실험 결과 왜곡 및 누락 보고 △소장 경위에 대한 무리한 판단 △과도한 자료 요구 등 다수의 위법·부당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최종적으로 위 내용을 지적하고 해당 내용을 참고해 재심의 여부에 대한 검토를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에서 다시 하도록 이첩한 것이다.

◆핵심 '조판 실험' 결과 왜곡… "인출 가능"을 "불가"로 뒤바꿔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활자의 진위를 가릴 핵심 증거였던 '조판 실험' 결과를 위원회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왜곡이 있었다는 점이다.

지정조사 보고서에는 활자본(활자를 조판하여 찍어 낸 책)과 번각본(활자본이나 목판본의 낱장을 목판에 뒤집어 붙이고, 그대로 새겨 찍어낸 책)의 크기 차이가 ‘속명의록’의 경우 0.3~0.5cm, ‘석보상절’의 경우 0.8cm로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간사는 위원회 보고 시 '속명의록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으며, 석보상절의 0.8cm 수축 사실은 아예 누락했다. 감사원은 "0.45cm가 부족해 조판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 점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속명의록(續明義錄)은 조선 정조 2년(1778) 김치인 등 12인이 정조의 명으로 편찬한 역사서이며, 석보상절(釋譜詳節)은 세종 28년(1446)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수양대군이 편찬한 석가모니 일대기와 설법을 한글로 번역한 언해서를 말한다.

또한 통계청의 자문 결과, 홈형 활자의 경우 일반적 통계 분석을 적용하면 '식자(植字)가 되는 것'으로 결론 내렸어야 했으나 '식자가 되지 않는 것'으로 잘못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훔날개형 활자 역시 석보상절의 수축 정도(0.8cm)를 고려하면 '식자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감사원은 "신청 활자로 증도가를 인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조판 실험 결과는 '증도가 인출이 가능하였다'로 바꾸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보성갤러리에서 보유 중인 증도가자 활자 일부 ⓒ현대경제신문 DB
다보성갤러리에서 보유 중인 증도가자 활자 일부 ⓒ현대경제신문 DB

◆"소장 경위 불분명" 판단도 무리…과도한 요구에 해외 유출 방지책 '전무'

감사원은 다른 문제점들도 조목조목 짚었다. 해당 활자는 발굴 유물이 아닌 전래 유물이므로 최초 발굴지나 초기 소장자가 불분명한 것은 당연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소유 경위가 불분명하다'고 부결 사유로 판단한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봤다.

보물 지정 신청에 포함되지도 않고 신청인 소유도 아닌 청동 초두와 수반의 제출을 강요한 것 역시 민원처리법 위반 소지가 큰 과도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당시 위원회는 해당 유물을 13세기 유물로 인식하고 부결 시 국외 유출을 우려하면서도, 정작 유출 방지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담당 간사는 "문화재라고 볼 수 없어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이번 조사 결과로 2017년 증도가자 심의 과정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면서, 국가유산청의 재심의 여부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다보성갤러리 김종춘 대표는 “2017년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는 당사자에게 정식으로 통보되지 않았으므로, 해당 심의는 절차상 종결된 것이 아니며, 당시의 부결 결정에는 절차적·내용적 측면에서 수많은 의혹과 문제가 존재한다”면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재심의가 조속히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가유산청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조계원 의원(전남 여수시을)이 2017년 증도가자의 국가유산 지정 심의와 관련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며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철저한 조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이에 허 청장은 “자체적으로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