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5.10.20) 국가유산청 “세계 最古 금속활자본 논란됐던 증도가자(證道歌字) 진품 확인절차 재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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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5-10-2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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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 활자의 일부. 김문석 기자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진 ‘직지심체요절’보다 앞선 유물 가능성으로 주목받았던 ‘증도가자’(證道歌字)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017년 문화재청이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신청을 거부하는 과정에서 증도가자의 검증조사 결과를 누락·왜곡했던 사실이 감사원 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국가유산청은 재조사를 통해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가유산청 국정감사가 논란 재점화의 계기가 됐다.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민 국가유산청장에게 “2014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주해 경북대 산학현력단이 연구를 수행한 결과 중도가자는 진품 고려금속활자란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되면 인쇄본만 있는 직지심경보다도 138년이 앞서는 금속활자본이 금속활자까지 발견된 것인데 국가적 경사 아닌가”라며 “그런데 2017년 문화재위원회는 이 같은 결과를 뒤집고 부결을 결정했다. 왜 그런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허민 청장은 “그때는 서체를 비교하고 주조나 조판 같은 것을 비교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인쇄한 조판이…”라고 하자, 조 의원은 “아니다.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당시 간사를 맡은 공무원이 활자의 조판 실험결과를 보고할 때 일부 주요사항을 누락하고 통계분석을 잘못 적용해 결론이 뒤집히는 등 다수의 위법 부당성이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그 담당 공무원이 지금 기획조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고도 했다.
조 의원은 또 “감사원이 이렇게 감사 결론을 내리면서 ‘재심의 가능 여부는 소관 기관인 국가유산청이 직접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해서 이첩을 했는데, 그 이후 진행 상황을 알고 있는가”라고 했다. 또 “떠도는 얘기에 의하면 일종의 ‘직지심경파’가 고의로 중도가자가 진품으로 확인돼 국가유산으로 지정되고, 직지심경보다 앞선 금속활자로 판명될 경우 본인들의 권위 등이 떨어질까 봐 고의로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진위 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24일 관련자료를 이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 청장은 이첩 사실을 확인한 뒤 “우리 청에서도 자체적으로 다시 한번 면밀히 검토하자는 얘기를 했고, 출처와 소장이 불분명한 부분에 대해 좀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중도가자와 함께 출토된 청동소반(靑銅小盤·소형받침), 청동초두(靑銅燒斗·화로) 등과 함께 비교 분석해야 된다는 의견을 나눴다. 의원님 말씀대로 저도 중도가자 진위 여부에 대해선 반드시 다시 한번 판단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인해봐야겠지만 역사를 왜곡하는 사람이 있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증도가자’를 소장 중인 다보성갤러리측은 환영을 뜻을 밝혔다. 김종춘 회장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보물로 인정받지 못하고 10년 넘게 방치돼 있는 현실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답답한 면도 있지만 뒤늦게라도 바로잡힌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증도가자’란 불교 경전인 ‘남명천화상영 송증도가(南明泉和尙 頌證道歌)’의 줄임말인 ‘증도가’ 인쇄본에 사용된 고려 활자다. 인쇄본만 남아있는 직지심체요절과 달리 실물 활자가 남아있다.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이후 정부가 진위 조사를 벌였으나 국가유산청이 “고려 시대 제작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결론내려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