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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5.07.14) “조맹부 ‘사경’ 값 헤아릴 수 없어…각 시대 도자기들 중국문화 정수”다보성 유물에 中 감정 권위자들 경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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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5-07-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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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춘 다보성 회장이 50여년 수집한 유물들 3년 전부터 공개하며 중 전문가 감정

“증도가자 문화재 지정 되면 감정 마친 유물들과 박물관 전시… 온라인 뮤지엄 인기”

 

김종춘(가운데) 다보성 회장과 션지아신(왼쪽) 중국 문화부 서화 감정위원 겸 상하이시 서예가협회 부주석, 천커타오 상하이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이 중국 도자기 문화재 앞에서 엄지 손가락을 치켜드는 포즈를 함께 취했다. 윤선우 촬영



 

천커타오(오른쪽) 부회장과 션지아신 부주석이 북송 건륭 황제어보(北宋建隆皇帝御寶)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윤선우 촬영



“중국에서도 보기 힘든 문화재들을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고대 홍산문화(紅山文化)부터 송대(宋代), 원대(元代), 명대(明代), 청대(淸代)까지 중국 역사의 모든 유물 양식을 보여주고 있어서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가능하다면, 중국에서 전시를 추진했으면 합니다.”

션지아신(宣家鑫) 중국 문화부 서화 감정위원 겸 상하이시 서예가협회 부주석, 천커타오(陈克涛) 상하이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 두 사람은 지난 10일 자국으로 돌아가며 곧 다시 방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 예술품 감정 권위자인 이들은 7일부터 서울에 들어와 고미술갤러리 다보성의 소장 유물들을 살펴봤다. 다보성은 3년 전부터 중국 문화재들을 공개하며 그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중 전문가들의 감정을 매해 받고 있다. 두 전문가는 벌써 3번째 와서 자국의 유물들을 살피고 있다. 2024년엔 베이징 고궁(故宮)박물원 연구위원들이 와서 유물을 면밀히 감정한 바 있다.한국고미술협회장을 지낸 김종춘 다보성 회장은 “지난 50년 간 수집한 중국 유물의 가치를 중국인들에게 철저하게 검증 받는 게 옳다고 여겨 공개 감정회를 열고 있다”라고 했다. 이에 따라 중국 문화재 권위자들이 서울에 와서 자국의 유물을 감정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유물들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들이 갖고 있다가 광복 후 한국에 넘긴 유물들이 주종을 이룬다. 우리 유물의 해외 유출만 부각돼 있는 상황에서 중국 희귀 문화재가 서울에 다량 존재한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션지아신 부주석이 조맹부의 ‘원각경 금니사경(圓覺經 金泥寫經)’ 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통역을 맡은 이정순 중앙대 국제대학원 통번역학원 교수.



이번에 처음 공개한 30여 건 유물 중 백미는 조맹부(趙孟頫·1254~1322)의 ‘원각경 금니사경(圓覺經 金泥寫經)’ . 중국 서예 4대가 중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조맹부가 원각경, 즉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大方廣圓覺修修羅了義經)’을 감색 종이에 금색으로 필사한 유물이다. 상·하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상권은 세로 33㎝ X 가로 11.46m, 하권은 세로 33㎝ X 가로 11m로 돼 있다.

션지아신 부주석은 “하권 끝에 ‘조맹부가 공손히 쓰다(趙孟频敬書)’라고 쓰여있는데, 글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고아하고 아름다워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 상태를 헤아릴 수 있게 한다”라고 했다. 그는 “글씨 스타일, 높은 공력, 명대(明代)의 표구 상태로 보면 조맹부 진품일 가능성이 높다”라며 “조맹부 유물의 과거 경매 이력으로 볼 때 이 유물의 상업적 가치는 엄청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유물을 보게 돼 기쁘다”라고 하면서도 복잡한 표정을 감추진 못했다. 중국의 희귀 문화재가 서울에 있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큰 것이 분명했다.

션지아신 부주석은 공개 유물 중 홍일법사 (弘一法師·1880~1942)의 ‘금강반야바라밀경’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홍일법사 서체로 보이긴 하지만, 여느 불경 서예 유물과 달리 행서와 해서를 함께 섞어 쓴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것이다. 서예 권위자 답게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겠다는 태도가 엿보였다.

 

천커타오 상하이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이 북송 연대의 정요 ‘관’ 모란문 주자 승반(北宋 定窯 ‘官’款 牡丹紋 執壺 承盤)을 어루만지며 살피고 있다.



이번에 도자기 유물들을 주로 감정한 천커타오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감탄을 많이 흘렸다. 북송 여요 천청유 금구 지추병(北宋汝窑天青釉金口纸槌瓶)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송나라 5대 명요(名窯) 가운데 하나인 여요(汝窯)에서 제작된 유물로, 전하는 수량이 극히 드물어 귀중하다”라고 했다. 원말명초 청화 유리홍 운룡시주문 유개호(元末明初 青花釉里红云龙戏珠纹有盖壶), 명 선덕 청화 철채 사슴형 향로(明宣德青花铁绘鹿形香炉) 등에 대해서 “관(官)에서 만들었다는 표식이 있어서 연대를 입증할 수 있다”라며 “중국 문화 정수가 녹아 있다”라고 했다. 그는 홍산문화 옥기에 대해서도 “돼지 모습의 용 등 형태가 다채롭고, 청동과 금을 함께 섞는 등 제작 방식도 다양하다”라며 높게 평가했다.

천커타오 부회장은 “다보성의 중국 유물들은 그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무가지보(無價之寶 )가 많다”라며 “이들 유물들이 한국과 중국의 문화 교류의 상징으로 작용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종춘 회장은 “앞으로도 철저히 검증 작업을 할 것”이라며 “이달 중 등재하는 박물관을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일반에 공개하는 프로젝트도 병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타이완의 국립고궁박물원의 연구원들이 10월 중 방문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김종춘 다보성 회장은 “오랜 꿈인 박물관을 운영하게 되면, 한국과 중국 유물들과 함께 고려시대 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를 전시할 수 있었으면 한다”라며 “이 활자의 문화재 지정이 반드시 이뤄질 것으로 믿는다”라고 했다.



김 회장은 중국 유물 공개·검증 작업을 하며 보람과 함께 아쉬움도 크다고 했다. “수만여 점에 달하는 중국 유물을 오랫동안 공개하지 않고 소장한 것은, 저희가 보유한 고려시대 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가 문화재 지정을 받으면 그 후에 함께 전시하는 대규모 박물관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고미술 분야에서 한국이 자랑할 만한 박물관을 짓는 게 오랜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증도가자의 문화재 지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중국 유물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공개하며 가치 감정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다보성의 중국 문화재 공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뮤지엄을 소유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경매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관련 내용을 밝힐 수 없으나, 활발히 접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미술 갤러리로서 국제 문화 교류의 모델이 되고 싶어서 온라인 뮤지엄을 열어서 유튜브 등에 공개하고 있다”라며 “희귀 유물을 1주마다 1개 씩 공개하고 있는데, 인기가 무척 높다”라고 뿌듯해했다. 김 회장은 “온라인의 특성상 해외에서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며 “고미술 업계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한다”라고 했다. 글·사진= 장재선 전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