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2026.10.13) [2026 국감] '증도가자' 재심의, 꼼수 행정 질타···궁색한 유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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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6-10-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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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국감]'증도가자' 재심의, 꼼수 행정 질타···궁색한 유산청장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서 임오경·조계원 의원 국가유산청 맹폭
감사원 지적 무시하고 '공모' 강행···"부결을 위한 핑계이자 꼼수"
답변 머뭇거리고 규정 무지 드러낸 허민 청장 태도도 빈축

현대경제신문 박명섭 기자 | 2017년 문화재 지정 부결 이후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 재심의 문제와 관련해 국정감사에서 강도 높은 질타가 쏟아졌다. 특히 의원들의 날카로운 지적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한 채 궁색한 변명과 절차적 핑계로 일관한 허민 국가유산청장의 태도가 큰 빈축을 샀다.
◆학계 알력과 외압으로 2017년 부결···이후 지적된 감사원 권고도 무시
지난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가유산청(이하 유산청) 국정감사에서 임오경 의원(경기 광명시갑, 더불어민주당)은 2017년 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의 증도가자 국가지정 심의 부결이 객관적 검증이 아닌 학계와 고미술계의 알력, 그리고 유산청의 무사안일주의 때문이라고 직격했다. 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를 거론하며 유산청의 과거 조사가 총체적 부실이었음을 꼬집었다.
특히 당시 위원회 간사였던 유산청 담당 간사가 "보류를 하면 새롭게 증거를 보강해 재심의해야 하므로 번거롭다"며 부결을 종용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회의록에 남아 있음을 지적하며 "확인해 봤냐" 물었다. 허민 청장은 지난해 국감장에서도 해당 간사에 대한 동일한 질문이 있었음에도, 이 내용을 처음 접하는 것처럼 "확인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임 의원이 제기한 박근혜 정부 이른바 '문고리 3인방' 개입 등 정치적 외압 의혹에 대해서는 "들어봤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유산청에서 내부 감사를 거쳐 10개월여 만에 공모를 결정한 사안임에도, 허민 청장은 이날 소극적이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사안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천 년 된 활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나"···'공모'라는 기막힌 꼼수
이어진 질의에서 조계원 의원(전남광주 여수시을, 더불어민주당)은 유산청이 감사원의 재심의 권고를 이행하기는커녕, 이를 무시하고 전국 단위의 '증도가자 일괄 공모'를 하겠다는 황당한 계획을 세운 것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조 의원은 "증도가자는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보다 138년 앞서는 유산으로, 이미 10년 전 탄소 연대 측정 등 과학적 검증을 통해 고려시대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유산청이 증도가자 번각본의 수축률보다 큰 석보상절 목각본의 오차는 보고에서 누락한 채, 증도가자 번각본의 오차만을 악의적으로 부각해 부결시켰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유산청의 공모 계획에 대해 "천 년이 된 활자본이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올 수가 있느냐"며 "이것은 부결을 위한 핑계요, 부결을 위한 부결 절차를 밟겠다는 소리로밖에 안 들린다"고 질타했다. 임오경 의원 역시 이미 국립중앙박물관 1점, 청주 고인쇄박물관 소장품, 다보성 101점 등 총 109점의 활자가 존재하는데도 굳이 공모를 강행하는 것은 재논의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허민 청장은 "다보성에서 내놓은 101점은 출토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며 "새롭게 공모를 통해 기준자를 찾고 재검증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있는 유물조차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 채 현실성도, 기약도 없는 공모로 시간을 끄는 청장의 안일한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것이 조 의원의 지적이다.
◆제척 대상 위원 버젓이 참여···중국은 '최초 종주국' 선전
유산청의 행정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임오경 의원은 2017년 심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정 모 전문위원이 올해 1월 내부감사와 회의에 버젓이 참석하고 현재도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임을 지적했다.
규정 위반이자 제척사유 아니냐는 임 의원의 지적에 허민 청장은 "전문위원은 참여하더라도 결정권이 없다"며 피해가기에 급급했다. 실제로 전문위원은 의결권은 없다. 하지만 현장 조사자료 정리와 의견을 통해 의결권이 있는 위원들의 심의에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정 전문위원은 2015년부터 동산문화재분과에 6회 연속 위촉돼 현재까지 한 자리에서 10년 이상 상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국가의 소중한 유산을 발굴하고 지켜야 할 유산청이 행정 편의주의에 갇혀 있는 동안, 대한민국 금속활자의 위상과 역사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의원은 "지난 16년간 국가유산청이 지정을 미루는 사이, 중국은 개성 출토 활자를 가지고 세계 최초 금속 활자 종주국이라며 선전하고 있다"며 "유산청은 문화유산 도둑맞으라고 작정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날 허 청장은 기존 참여 위원과 전문위원들의 주장만을 대신해 반복할 뿐,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안에 대한 문제의식은 전혀 없는 듯한 태도로 일관했다.

한 고미술계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한 쪽의 주장에 귀기울이고 잘못을 찾아 해결해야 할 분이 기존 참여 인사들이나 할 변명을 국정감사에서 그대로 전달하고, 심지어 전국, 나아가 해외에서까지 활자를 공모해 조사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말까지 하니 답답하고 안타깝다"며 "의원들의 맹폭 앞에서도 구차한 변명에 급급한 허민 청장의 태도는 이 문제가 왜 지정 부결 후 10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현존하는 증도가자 금속활자 일괄 공모···'시간 끌기' 논란
한편, 지난 2010년 9월 서지학자 남권희 경북대 교수에 의해 세상에 처음 알려진 증도가자는 1239년 고려시대에 제작된 보물 제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증도가)’를 찍어낼 때 사용한 금속활자로,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인 직지보다 최소 138년 앞서 제작된 것으로 평가받는 유물이다.
다수의 과학적 검증을 통해 13세기 고려시대 활자임이 판명됐으며, 인쇄된 책만 남아있는 직지나 구텐베르크 성경과 달리 금속활자 실물 자체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인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와 과학적 입증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증도가자의 국가문화재 지정을 최종 부결했다.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증도가' 인쇄에 쓰였는지 명확히 보기 어렵고, 유물의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것이 부결의 핵심 이유였다.
하지만 2025년 국정감사에서 2017년 당시 보물 지정 심의 과정에서 핵심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심사를 맡은 담당 공무원이 조판 실험 결과를 고의로 누락하고 허위로 보고해 정상적인 통계 분석 시 '조판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불가능하다'로 왜곡해 부결을 유도하는 등 심각한 위법 사항이 밝혀진 것이다.
이러한 논란 속, 국가유산청은 2026년 1월부터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지난 8월13일열린 위원회에서 감사원의 지적과 권고를 무시하고 국내에 현존하는 증도가자 금속활자를 일괄 공모해 전면 재평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시간끌기' 논란과 '부결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