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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저널21, 2021.04.14) 세계최고 금속활자(?)‘증도가자’진위논쟁...무엇이 문제인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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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1-04-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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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장의‘원점에서 재검토용의’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인가?

남권희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국제학술대회 통한 진품입증 결심

 

2010년 9월1일 서지학자인 남권희 교수로부터 시작된 고려시대 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 진위논쟁은 지난 10여 년 간 고미술·문화재계의 최대이슈였다. 논쟁·검증·재검증 끝에 2017년 4월 13일 문화재청(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에서 고려금속활자('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 안건을 심의·부결하였으나, 남권희 교수 등 ‘증도가자기초학술조사연구팀’ 등의 (강력)반발과 국회학술심포지엄 등으로 (재)점화되어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켜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관계 자료를 중심으로 증도가자 진위논쟁의 내막(실체) 등을 분석·게재한다. 

 

▲ (자료1) 증도가자 물새이름 동(童+鳥)字 (사진제공=다보성고미술)  © 박명섭 기자


지정부결 후 국회로 비화…진위논쟁 재점화와 검증특위구성 촉구 등  

  

세계최고 금속활자(?) ‘증도가자’ 진위논쟁...무엇이 문제인가? 지난 12편(4.7)기사에서 진위논쟁 과정에서 국과수 파동 및 각종 해괴한 사연(상인소장 문화재 지정 안 돼... 문화재청장 협박 녹취록 등)을 겪으면서, ‘김종춘과 남권희가 짜고 가짜를 진품으로 만들려 한다.’는 유언비어의 난무 속에 부결시켰음을 지적했다. 이는 각종 증거 등에 비춰 허위사실임이 명백하다.

 

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 발견 7년(2010.9), 문화재 지정신청 6년(2011. 10)의 세월동안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 및 이를 (재)검정하는 지정조사단 구성 및 활동과 각종 과학감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진품임을 추정할 수 있는 각종 증거 등이 현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장자의 비협조(?) 등을 문제 삼아, 그것도 김종춘과 남권희가 결탁하였다는 유언비어 속에 부결시켜 버린 것이다.

 

증거를 외면하고 소장자의 비협조와 유언비어에 의해 부결된 것이나 고려시대 금속활자로 추정됨에도 문화재 가치가 없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이건은 결과여하에 따라 문화국위를 획기적으로 상승시킬 수 중대한 현안이다. 특히, 각종 가설과 비약적 상상 등을 제외하곤 고려시대 활자가 아니라는 증거는 없지 않은가. 이런 측면에서 살펴보면 일종의 문화 참사에 비견될 수 있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립적인 심의위원단 및 특별검증단을 구성하여 진실을 밝히는 것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2017년 4월 13일 15:00경 문화재청 황권순 유형문화재 과장은 증도가자(고려금속활자) 보물 지정 신청에 대한 검토 결과 발표문에서,

 

“문화재위원회에서는 보물 신청된 ‘증도가자’에 대해 보물로서의 가치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보물로 지정할 수 없다고 의결하였다. 부결 사유는 첫째, 증도가자로 지정 신청된 활자는 서체비교, 주조 및 조판 등 과학적 조사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 둘째, 신청활자의 중요성에 비추어 고려금속활자의 여부에 관해서도 검토한 결과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비롯한 과학적 분석에 의하면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분명하고 금속활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수반‧초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하여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외 언론들은 수일간에 걸쳐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수사를 본격화하여 위작범을 잡아야 한다’는 취지로 부추겼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고려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으나 문화재 가치는 없다’는 취지의 발표는 7년 논란의 종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에 불과했다. 문화재청의 발표 직후인 같은 달 17일 소장자(김종춘) 및 연구진(남권희, 김성수, 유부현 등)등은 프레스센터에서 합동기자회견을 개최하여 문화재청의 발표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였음은 물론 문화재마피아 조직들의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이날 기초학술조사팀을 이끈 남권희 교수는 “(부결)발표 때까지 2014년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용역을 수행한 자신을 비롯한 연구자들의 의견과 관련, 공식적인 토론회를 한 번 한 적도 없다”고 질타하면서, 방사성 탄소연대와 금속성분 분석 결과(과학감정) 등을 바탕으로 문화재청의 조사결과(서체, 주조, 조판 등)를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비전문가가 전문가를 검증한 꼴이라고 개탄했다. 

 

김종춘 회장은 “문화재청이 조사 결과와 배치되는 결정을 내린 데에는 증도가자와는 관계없는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증도가자'(고려금속활자)를 가짜로 몰아가기 위해 갖은 음모와 모략을 꾸며낸 세력들이 있다. 그 농단세력이 누구인지를 밝혀내고 이번 기회에 '문화재 마피아'와 같은 조직들을 철저히 가려내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증도가자를 '가짜'라고 주장했던 고미술상 J모씨의 '양심선언'도 이어졌다.

 

▲ 국회학술토론회 참가자 등 (국회 학술 토론회 자료집)

 

이렇게 시작된 고려활자(일명 ‘증도가자’)의 지정부결에 대한 관련자들(기초학술조사단 등)의 반박은 5월 26일 서지학회의 학술대회에서 “...금속활자 전공자와 관련 논문 발표자가 한 명도 없는 지정조사단의 조사보고서를 근거로 결론을 낸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끝장 토론을 거듭 제의했고, 남권희 교수 등 관련자들의 언론인터뷰(문화재청 결정 반박) 등을 거치면서 사안을 증폭시켜가다 9월 28일 국회에서의 학술토론회로 이어졌다.


2017년 9월 28일 유성엽(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노웅래(더불어민주당)·이철규(자유한국당)의원이 공동주최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려금속활자! 문화재인가? 아닌가?’란 학술토론회에 관련자들이 대거 참석하여 격렬한 논쟁을 벌임으로서 증도가자 진위논쟁에 새로운 불씨를 지폈다.

 

토론회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유성엽 위원장은 “사실에 입각해 끝장토론을 해서라도 (증도가자에 대해) 결론을 낸다는 마음을 갖고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공동주최자인 노웅래 의원은 “증도가자에 대한 문화재청의 (보물 지정 부결) 결론을 객관적으로 볼 때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고 운을 떼면서, 특히, “문화재청의 결론에 대해 솔직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인 것 같지만 가치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더하여 “문화재청의 결론은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 평가한 게 아니고 마치 '엉터리 정치'를 하듯 정치적 혹은 정무적으로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애매모호한 판단”이라고 질책, “제3자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철규 의원 역시 “증도가자가 문화재로 인정받으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유물이 되는 것”이라며, “역사적 유물을 발견하게 됨과 동시에 세계 금속활자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진지한 토의를 당부했다.

 

▲ 국회학술토론회 현장(2017. 9)  © 문화저널21 DB


발제 및 토론과정은 문화재청 성토장을 방불할 정도로 격렬했다. 일부 발제자는 문화재청이 목적성 실험으로 왜곡적인 결과 발표를 서두른 것이 아니냐며 노골적으로 비판했고, 직지를 지키려는 학계 등의 외압 등 음모론도 제기됐다.

 

그날 토론회에는 주최의원들 외, 김두관 민주당, 김학용 한국당,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 등도 참여해 큰 관심을 보였으며, 방청석에선 찬반 공개토론회 추가 개최와 보물 지정 재심의 요구가 쏟아졌다. 7년을 끌다 2017년 4월 13일 보물 지정을 부결시킨 고려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의 진위논쟁은 그해 9월 28일 국회에서의 5시간이 넘는 뜨거운 학술토론회를 통해 부활한 것이다.

 

9월의 학술토론회에서 불기 시작한 진위논쟁 열기는 10월 국정감사에도 이어졌다.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16일의 국정감사장에서 박종진 문화재청장을 상대로 “연구용역 결과와 지정조사단의 조사결과를 보면 보류를 해야지 왜 부결을 했나. 고려시대 유물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부결 쪽으로 몰고 가려고 (문화재청이)안달을 부린 흔적이 역력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관련 전문가들의 파벌과 알력에 의해 부결 쪽으로 몰고 갔다”고 질책했다.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 연구팀을 이끌었던 남권희 교수의 반발은 더욱 격렬했다. 남 교수는 같은 달 30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의 회의록에 적힌 지정조사단 의견은 '증도가자는 고려활자가 맞으나 분석방법이 발달할 때 까지 유보하자는 것이었는데... 문화재청 모 과장은 문화재청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한 지정조사단의 '유보' 의견을 무시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에 부당하게 개입해 '부결'로 몰아간 것이 증언에 의해 밝혀졌다”면서, “문화재위원회를 허수아비로 만들었고,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 과장의 농단에 놀아난 형국이 되어버렸다. 이는 명백한 월권행위이고 형사처분 대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017년 4월13일의 부결 결정 이후 국회의 개입 및 당사자들의 극단적인 반발 등으로 고려금속활자 진위논쟁은 도리어 격화되면서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런 시간들의 흐름 속에서 2019년 10월 7일 국정감사장에서 증도가자 101점이 실물이 전격 공개되면서 다시 관심을 집중시켰다.

 

국감현장에서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고려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있는 유물을 방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  “금속·서예·조판·주조분야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재 가치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안민석 문체위원장도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증도가자’가 고려활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히 검토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힘으로서 재검토 가능성이 열리는 듯 하기도 했다.

 

문화재청장의‘원점에서 재검토용의’는 말장난에 불과한 것인가?

남권희팀, 미국, 독일, 프랑스 등 국제학술대회 통한 진품입증 결심

 

2019년 10월 국회에서의 증도가자 실물의 공개 및 민주당 정세균 의원의 “고려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있는 유물을 방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금속·서예·조판·주조분야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문화재 가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촉구와, 이에 대한 정재숙 문화재청장의 “증도가자 원점에서 재심의 용의” 발언 등으로 새로운 활로가 모색되어지는 듯 했다.

  

▲ 국감장에 공개된 증도가자(2019. 10)  © 문화저널21 DB


그러나 정 청장의 이런 발언은 오래지 않아 시간 끌기에 불과한 임시방편용 응답임이 드러났다. 정 청장의 발언 후 문화재청 박한규 문화재 보존국장이 정세균, 이동섭 의원실을 방문하여 ‘고려금속활자 가치 규명 조사연구 계획보고’를 보고했는데, 주요 내용은 20~22년 3개년 동안 5.5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관련자료 수집과 분야별 쟁점사항 재검토 등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이런 내용(계획)들이 현재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6년(2011~2017) 동안의 온갖 검증도 모자라 수억의 예산을 배정받아 수년 동안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함은 실현가능성이 없는 공허한 계획으로서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특히, 정재숙 청장은 219년 10월 21일 문화재청에 대한 확인국감에서 "새로운 입증자료가 제출되면 향후 북한 개성의 출토 활자와 검토하며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개성에서 출토되어 북한이 소장하고 있는 활자와 어떻게 비교 검토하면서 연구를 계속한단 말인가. 

 

문화재청의 이런 계획들이 알려지자 소장자인 다보성고미술관 측은 “또다시 악의적으로 시간을 끌며 ‘증도가자’를 문화재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물지정을 서두르라고 촉구했고, 증도가자 기초학술조사연구팀은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개최되는 국제학술심포지엄 등을 통해 진실규명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전으로 비화인 것이다.

 

국내에서 이런 다툼을 벌이는 사이 중국은 일본 등지에서 구입한 활자들을 송·원대 활자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하는 사실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 등과 관련하여, 정세균 의원은 “중국이 우리의 고려금속활자를 갖고 자신들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한편, 우리의 금속활자를 자신들의 유물로 둔갑시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문화재청의 대책을 촉구하였고, 이동섭 의원은 “중국이 증도가자와 같은 활자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에서 유산 등록을 해버리면, ‘뭐 쫓는 개 뭐 쳐다는 격’으로 망신당하기 십상이다. 한심한 정책으로 진품인데도 학자들 간의 다툼으로 인해 문화재 지정도 하지 않고 있는 현실은 정말 안타깝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진실규명을 내팽개치면서 마치 당파싸움과도 같은 장기간의 진위논쟁과정에서 중국은 한반도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어 가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일환으로 고려금속활자를 자신들의 활자로 둔갑시켜 세계최고의 금속활자 종주국을 노리고 있다. 이런 연유로 우리의 활자역사에 사사건건 시비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금속활자(일명 ‘증도가자’)가 세계최고의 활자임을 확신하는 기초학술조사팀(속칭 남권희팀)은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활자종주국의 지위를 빼앗기고, 우리의 활자문화를 잃을 수는 없다”면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지에서의 진품입증을 벼르면서 다각적인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한국 금속활자 발달사(고려시대. 2018. 4. 남권희)


남권희 교수는 “그 시대(1230년대) 무슨 가짜 활자가 있단 말인가? 위조활자면 벌써 밝혀졌을 것 아닌가? 남명천화상송증도가 및 상정고금예문을 찍은 금속활자만 수 만개가 아닌가? 탄소연대 모두 고려시대이고, 철저한 감정결과 위조흔적 전혀 없는데, 어떻게 고려활자가 아닐 수 있단 말인가”라고 격앙된 심정을 토로했고, 더하여 “미국, 독일, 프랑스 등에서 진실을 밝혀 세계최고의 활자를 지켜내겠다”면서 비장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살펴본 바와 같이, 2017년 4월 문화재청의 증도가자 보물지정 부결 후, 소장자 및 기초학술연구진들의 강력반발로 국회로 비화되어 열띤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국회로부터 질책과 검증특위를 구성하여 재검증하라는 요청을 받기에 이르렀다. 이에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재검증용의’를 표명했지만 실현가능성 없는 수사(修辭)임이 밝혀졌다. 이에 남권희팀이 국제무대에서 진품을 입증시킬 것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의 진행상황이 더욱 기대된다.  (계속)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