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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2021.09.28)한 점, 한 점이 문화재급…고미술품 보며 떠나는 귀한 ‘역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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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21-09-2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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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한 점이 문화재급…고미술품 보며 떠나는 귀한 ‘역사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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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보성 개관 40주년 ‘한·중 문화유산의 재발견’ 특별전

韓·中 각각 도록 280여쪽… 희귀유산 즐비
52㎝ 백자 달항아리·화려한 화각필통 첫선
中 녹유도선·청화백자 귀곡지통 등도 ‘눈길’


“한국과 중국 문화는 비슷하면서도 독자적이어서 두 문화를 함께 살펴보는 일은 그만큼 흥미롭고 뜻깊다. 이번 특별전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의 한국과 중국의 문화유산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이렇게 권한 것은 ‘한·중 문화유산의 재발견’ 전이다. 고미술품 전문인 다보성갤러리가 개관 40주년을 맞아 여는 특별전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29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서울 종로 수운회관 내 1, 2층 전시관에서 진행한다.

김종춘(사진) 다보성갤러리 대표는 “그동안 수집하거나 소장자들에게서 대여해 온 작품 500여 점을 선보인다”며 “두 달에 걸쳐 전시작품을 배치했다”고 소개했다. 한국고미술협회장을 지낸 그는 “국내에서 이렇게 큰 규모의 고미술품 전시는 없었다”고 했다. 김 대표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린 것은, 전시장에서 만난 고미술품들의 다채로움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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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도록이 한국, 중국 편 각각 280여 쪽에 달하는 만큼 희귀 미술품들이 즐비하다. 삼국시대의 우수한 청동기술을 보여주는 유개합(有蓋盒)과 화려한 장식문화를 헤아릴 수 있게 하는 금제, 은제 목걸이가 우선 눈길을 끈다. 어린아이가 파초를 타고 노는 모습을 흑백상감 등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 고려시대 청자소주자(靑磁小注子)는 이중섭의 은지화를 연상시킨다. 한국 유일의 진사채(辰砂彩·적색안료) 유물로 평가받는 청자 장경병도 고려시대 것인데, 그 미려함이 돋보인다.

호랑이와 해치가 그려진 조선시대 청화백자 항아리, 화각(華角·소뿔 안쪽에 무늬를 그린 뒤 나무나 대나무로 만든 물건 위에 덧붙이는 장식) 기법으로 만든 필통은 이번에 처음 공개한다.

높이가 52㎝에 달하는 18세기 백자 달항아리도 첫선을 보이는 것인데, 현재 국보로 지정돼 있는 달항아리들보다 더 크다. 순백색의 은은한 빛 속에 풍만한 곡선의 미학이 살아 있다. 김 대표는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높은 특별한 작품”이라고 했다.

추사 김정희의 묵서(墨書)와 명성황후의 조카인 민영익의 묵란도(墨蘭圖) 병풍은 조선조 말의 어지러운 시대상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국 작품을 보면, 기원전 4700∼2900년의 홍산문화(紅山文化) 시기의 옥봉용(玉鳳龍)부터 이채롭다. 용의 눈과 입, 꼬리가 연결돼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홍산문화의 다양한 옥제품이 등장하는데, 마노태양신은 쌍두(雙頭)처럼 보여 이색적이다.

한대(漢代)의 녹유도선(綠釉陶船)은 조형미가 빼어난 희귀 작품이다. 당시의 항해 문화를 알려주는 문화유산인데, 벽에 뚫린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력을 자극한다.

원대(元代)의 원통형 청화백자 지통(紙筒)도 눈에 띈다. 작품 속 그림은 초나라 사상가 귀곡자(鬼谷子)의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유사한 도자기가 지난 2005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2억3000만 위안(약 396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명(明), 청대(淸代)의 도자기들도 실용성과 심미성이 융합된 조형작품들이다.

김 대표는 “한 점 한 점이 문화재급 작품이기 때문에 한 자리에 모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귀중한 역사유물들의 향기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큰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번 작품들은 다보성갤러리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배기동 전 국립박물관장 등이 고미술품에 대해 강의한 영상도 볼 수 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