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 2021.10.13) 고미술 대중화 40년 ..."문피아 때문에 세계적 문화재(증도가자)가 썩고 있어요" > 뉴스

본문 바로가기

뉴스

(e대한경제, 2021.10.13) 고미술 대중화 40년 ..."문피아 때문에 세계적 문화재(증도가자)가 썩고 있어요"

페이지 정보

  • 조회수2,087
  • 작성일21-10-14 10:03

본문

<김경갑이 만난 문화-문화인>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당시 사람들은 서양문물이 편리하고,  좋은 것이라고 여겼다. 그 러기에 서양 것들을 무조건 받아들였고, 많은 예술가들이 서양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산업화,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 문화가 자유롭게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들어온 서양 것들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한국문화를 서양과 똑같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고 했던 게 더 큰 문제였다.

202110131426301700765-2-232038.jpg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이 자신이 소장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보다 138년이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금속활자 100여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애국심과 책임감 에서 탄생한 고미술사랑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한국인들에게 서양 문물보다 한국의 것이 우수하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그 때 나이가 30대 초반이었다.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고미술전문 화랑 ‘다보성’을 열고,  한국의 전통미술에 우수성을 알리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서양화된 현실에서 나름의 나침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삼국시대 토기를 비롯해 도자기, 불화, 고서화 등 전통적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문화재를 닥치는대로 수집했다. 해외로 유출되는 문화유산을 안타까이 여겨 서화나 도자기, 불상, 석조물, 서적을 발굴해서 이 땅에 남기는 일에 전 재산과 젊음을 바쳤다.  조상의 손때가 묻은 문화유산을 모으고, 연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1992년에는 화랑을 지금의 종로구 인사동으로 옮겨 전통문화재 수집과 대중화에 박차를 가했다. 가지 않은 길로 그의 발을 이끈 것은 개인의 명예나 만족이 아니라 ‘조상의 혼’을 지키겠다는 시대적인 사명감과 책임감이었다.  그동안 모은 유물만도 2000~3000점에 달한다.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직지)’보다 138년이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금속활자도 100여점 소장하고 있다. 다보성이 ‘고미술 보물창고’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사세도 커졌다.  최근에는 중국 문화재 연구에 깊이 빠져 있다. 중국 것을 어떻게 접목해 한국적인 것을 더 발전시켜 나가느냐를 생각했다.


◆두둑한  배짱과 남다른 안목
남다른 안목과 예지력, 두둑한 배짱을 바탕으로 고미술 사업을 벌여온 김 회장이 올해로 화랑 개업 40년을 맞아 또 한 번 큰일을 해냈다. 지난달 27일부터 한국과 중국 국보급 문화유산을 모은 기획전 ‘한-중문화유산 재발견’전을 시작했다. 전시는 한국관과 중국관 두 개 섹션으로 나눠 구성했다.

202110131426301700765-2-232039.jpg
김 종춘 회장이 지난달 27일 개막한 '한-중 문화유산 재발견'에 출품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1층 한국관에는 선사시대 토기부터 삼국시대 금제목걸이, 고려시대 때 제작된 ‘청자역상감동자문유개소주자’, 조선시대 ‘백자청화호치문호’와 ‘화각필통’, 내고 박생광의 ‘장생도 6폭 일지병풍’ 등 다양한 문화유산 300여점을 골라 배치했다.  또 2층에는 선사시대 흑도잔을 비롯해 당나라 채회도용, 송나라 정요백자, 원나라·명나라 청화백자, 청나라 채색자기, 민국시대 주산팔우 도화 등 200여점을 처음 공개했다.

칠순을 넘어서도 하루도 빠짐없이 화랑에 출근하면서 모든 일을 직접 챙기는 김 회장은 이번전시에 상대적으로 중국 유물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중국 문화재를 전면에 배치한 게 궁금했다.

 "중국 미술시장의 중심축이 현대미술에서 고미술로 이동하는 영향을 국내 시장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더구나 내년에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 30주년을 맞기 때문에 문화교류도 더욱 활기를 이어질 것으로 확신해요. 김 회장은 “ 양국의 지난 30년 간 긴밀한 관계를 문화재 전시같은 민관 외교를 통해 더욱 발전시키는데 앞장 서겠다”며 “중국의 좋은 것을 연구해서 한국 문화의 일부분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주정을 폈다.  “나를 보기(이해) 위해서는 거울이 필요해요. 우리는 외래문화라는 거울을 통해서 비로서 나의 문화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거든요.”


◆‘증도가자(證道歌字)’ 공개 세계적인 주목
김 회장은 1997년부터 한국고미협회장을 일곱 번째 연임한 다보성갤러리 최고경영인이다. 2003년에는 헌법재판소에 ‘도난문화재를 무조건 보유자로부터 몰수하도록 한 문화재보호법은 위헌’ 이라며 헌법소원을 내 ‘보유 경위를 안 따지고 몰수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얻어냈다.  이어 2006년에는 회원사들의 고미술품 유통 및 거래 윤리강령을 선포해 애호가들의 박수를 받았다.  김 회장은 특히 시장의 신뢰성을 약화시키는 ‘짝퉁’을 몰아내기 위해  고미협 회장 임기 내내 ‘가짜와의 전쟁’을 벌여 화제를 모았다.  2011년 11월에는 세계 최고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 공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김 회장은 지난 11년 동안 ‘증도가자‘ 공방에 대해 문화재청의 서운함을 드러냈다. 문화재청이  직접 문화재 지정을 신청했 는데도 결국 진위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 2011년  엄승용 전 문화재청 정책국장이 제게 두 번이나 찾아와   ‘증도가자‘를 국가지정 문화재로 추진하겠다고 제안해 왔죠 .  순조로게 진행되는 줄 알았는데  문화재 권력을  휘두르는 일부  ’문피아(문화재+마피아)‘세력이  제동을 건 것 같아요.   나선화 전 문화재청장도  협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문피아의  반대와 협박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빛을 보지 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김 회장 역시 세계적인 유물을  희대의 사기극으로 몰아가는 일부  문화권력 때문에  10여년의 긴 시간을 허비한 셈이 됐다.  

  그는  “이제는 실체 규명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강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불행히도 증도가자 논란의 이면에는 전문가들 간의 경쟁의식, 소장자 간의 시각 차이와 파벌 다툼 등이 깔려 있어요. 청주고인쇄박물관 역시 증도가자가 진짜로 판명되면 ‘직지의 고장’이라는청주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비쳐 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지금도 세계 활자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다는 담대한 희망을 품고 있다. 문화재청이 2017년  '증도가자'를 찍은 금속활자를 보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방사성 연대측정 결과 고려시대에 제작된 것일 가능성은 있다고 인정했서다.   2019년  정세균 더블어민주당 의원이 문화재청 국정감사 자리에서 ’증도가자‘와 관련해 다시 그 가치를 평가해봐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큰 힘이 됐다 . 김 회장은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주장과 의견을 추가로 보완해 조만간 문화재청에  국가지정 문화재심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그는 최근의 문화행정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요즘 문화판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노라면 ‘문화불모지 한국’이라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됩니다. 디지털시대에 국립중앙박물관 예산이 30억~40억원 수준에 불과해요. 우리 문화를 지키고, 관리하는데 턱없이 부족하죠. 소장품 구입 관련 예산은 크게 깎이고, 관 주도 문화재 행정으로 예술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더욱 위축될 게 불을 보듯 뻔합니다.”


◆고미술 시장 활성화에 앞장 
그는 고미술시장 활성화 방안도 힘주어 언급했다. “고미술품은 선조들의 ‘문화 DNA(유전자)’가 깃든 유산입니다. K팝이나 K아트 같은 문화의 씨앗을 키워내는 밑거름이기도 하고요. 중국은 명나라 도자기 ‘술잔’이 2억8100만홍콩달러(약 380억원)에 팔리는 등 시장이 활기를 이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30년 가까이 불황에 빠져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고미술업계도 이제 정말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김 회장은 “애호가들이 수긍할 수 있고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  고미술상인들의 책임의식이야말로 고미술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녹녹치않았다.  가짜가 워낙 교묘하고 해마다 새로운 가짜 제작 기법이 나와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아 시장의 저변 확장에 방해가 됐다. 그래서  김 회장이 2006년 시장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 꺼내든 게 고미술 감정아카데미 강좌 개설이다.  협회차원에서  감정 전문가를 양성하고 , 고미술품의 진위 구별이나 가치판단 능력을 길러주는 16주 과정의 고미술감정아카데미 운영했다.



◆감정아카데미 인기 폭발....2000여명 수료
“감정아카데미를 개설했더니 전직 장관, 금융사 임원, 교수, 변호사 등 각계 각층에서 뜨겁게 호응하더군요. 그동안 감정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회원만 2000명 가까이 됩니다. 앞으로 이들이 한국 고미술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겁니다. 고미술 문화대학 설립도 준비 중이고요.”

그는 “고미술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려면 누구나 쉽게 소장품을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가 세운 기준은 세 가지.  어떤 형태이든 애호가에게 소장 가치를 줘야 하고, 시장의 투명성을 키워야  하고, 모든 사람에게 전통문화의 의미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이 이처럼 고미술시장 대중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는 뭘까.  그는 “고미술시장은 기업인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애호가에 의해 좌우된다”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는 전통문화 상품에 대한 투자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이 그림을 구매한다는 자체가 국부의 창출인 동시에 시장의 탄탄한 ‘우군’이라는 얘기다.

고미술품 투자에 대한 김 회장의 메시지도 간단하다.  “문화에 투자하는 국민이 있는 한 나라는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것, 돈이 된다고 해서 미술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산다는 의식이 더 중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경갑기자 kkk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