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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23.07.02.) 中 감정 권위자들 “다보성의 中문화재 수 만 점 경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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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1,917
  • 작성일23-07-02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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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술 갤러리 다보성 방문 소장 도자기, 서화 등 살펴

“중국에서도 보지 못한 진귀한 물품 많아서 크게 놀라”


 

입력2023.07.02. 오전 7:13   

수정2023.07.02. 오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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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커타오, 우샤오화, 션지아신 등 중국 감정 권위자들이 서울 다보성갤러리가 보관하고 있는 중국 서화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윤선우 촬영
 

“중국 문화재가 한국에 수만 점 있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선사시대부터 원대(元代), 명대(明代), 청대(淸代)까지 연도 스펙트럼도 다양해서 신기했다. 종류가 다채로울 뿐만 아니라 고품격 작품들이 많아서 좋았다.”

천커타오 중국 상하이시 소장협회 상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고미술품 갤러리 ‘다보성’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우샤오화 중국 소장가협회 고문과 션지아신 상하이시 서예가협회 부주석은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들 세 사람은 문화재 감정가이자 소장가로서 중국 내에서 명성이 높은 인물들이다. 상하이시에서 문화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정치 분야에서의 영향력도 크다.

이들은 한국 지인(유백현 아트랩 마스터 프린터) 소개로 서울에 와서 다보성을 방문하고 “크게 놀랐다”라는 반응을 공통적으로 내놨다. “한국에 도자기, 서화 등 중국 문화재가 이렇게 많이 있을 줄은 몰랐다”라는 것이다. 명실공히 중국 문화재 최고 전문가로 자부하는 그들의 얼굴에선 당혹스러운 표정마저 읽혔다.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유물(일제가 해방 후 일본으로 돌아가며 한반도에 남긴 중국 유물을 뜻함)을 잘 보관해주고 계셔서 감명이 깊었습니다. 이는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님의 문화재 사랑 때문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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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문가들이 다보성갤러리 소장 서화를 세심하게 감정하는 것을

국내 고미술계 권위자인 김종춘(왼쪽) 다보성 회장이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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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지아신 상하이시 서예가협회 부주석이 "다보성이 소장한 중국 문화재는 가치가 높다."
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왼쪽 앞이 통역을 맡은 유상욱 EZ갤러리 대표, 그 뒤가 천커타오 중국 상하이시 소장가협회 상무 부회장. 

 

천커타오 부회장은 김 회장이 50년 동안 문화재 수집에 열성을 기울여온 것을 상찬했다. 그는 “김 회장님이 수집한 작품 중에는 제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도 있어서 눈을 새롭게 떴다”라고 했다. 상하이시 가격인증센터 감정평가 전문가이며 상하이 옥션유한책임회사 고문이기도 한 그는 “원, 청대 도자기 중 일부 작품은 검증을 완료하면 부르는 게 값을 정도로 가치가 높아 보였다”라고 밝혔다. 물론 그는 “어떤 작품은 토론해봐야 한다”라며 신중함을 보이기도 했으나, “어떤 것들은 지금도 그렇게 만들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서 당시 제작기술을 연구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샤오화 고문은 “다보성이 갖고 있는 중국 문화재 수 만 점은 중국 5만 년 역사를 다 보여주고 있다”라며 “보존 상태가 완벽해서 감탄했다”라고 전했다. 상하이시 소장협회 창립회장인 그는 “방대한 유물을 도록으로 잘 정리해놓은 것도 감명 깊었다”라고 했다.

션지아신 부주석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라는 표현을 썼다. 서화 전문가로서 명품들을 보며 마음이 움직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명나라 작가 문징명(文徵明·1470~1559)의 서첩을 예로 들며 금농, 왕원기, 달중광,동기창 등 당대의 서화가들이 낙관으로 보증한 것은 진귀하다고 설명했다.

“저는 40년 간 서화를 연구했는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김 회장님이 참으로 수준 높은 소장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이 중국에도 소개되고, 세계 전역에 알려졌으면 합니다.”

이에 대해 김종춘 회장은 “중국에서 대형 전시를 열 생각이 있다”라고 했다. 그는 “중국 문화재에 대한 도록을 19권까지 만들었는데, 향후 50 권으로 완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고미술 권위자이다. 한국고미술협회장을 일곱 차례가 지냈을 정도이다. 그는 “지난 50년 동안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담긴 작품을 찾아 발품을 팔고 그것을 보관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라며 “중국 최고 전문가들이 그것을 인정해줘 기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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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정 신청을 한 '증도가자' 59점(위 부분)과 '네다리형 고려 금속활자' 42점.
다보성 갤러리 제공

 

한편, 중국 전문가들은 김 회장이 국가 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다보성이 59점을 보유하고 있는 ‘증도가자’는 고려 고종때(1239) 만들어진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을 찍는 데 사용됐다는 금속활자이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는 현재 금속활자본은 전해지지 않지만 1239년에 이를 목판에 새겨서 찍어낸 복각본(목판에 다시 새겨서 찍어낸 책)이 남아 있고 이 목판본은 1984년 보물 제758호로 지정됐다. 이 주장이 인정을 받으면 ‘증도가자’는 1377년 간행된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보다 최소 138년은 앞서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된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어서 학계와 국가 기관 안팎에서 문화재 지정 여부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전문가들도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해서인지 자기들끼리만 아는 상하이 방언으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활자의 형태와 도록의 설명을 자세히 살펴본 후 증도가자가 충분히 논의될 가치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김 회장이 “방사선탄소연대 측정 등 과학적 검증 작업을 오랫동안 거쳤고 그 내용을 책자로 다 정리했다”라고 설명하자, 이들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장재선 선임기자(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