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 26.03.03) 중국 국보급 말 관련 유물 총출동..."말(馬)을 걸어봐!"
페이지 정보
- 조회수15
- 작성일26-03-03 16:48
본문
한중 문화재 ‘보물창고’ 다보성갤러리, 이달 4~31일 ‘말(馬)들의 이야기’전
예로부터 말은 인류와 교감을 나누었던 오랜 반려동물이자 힘과 자유, 도전의 상징하는 동물이다. 들판을 달리는 말을 보면 당연히 강인함이 느껴진다. 또 민첩함ㆍ생명력ㆍ지혜로운 마음ㆍ충성심 같은 게 따라 붙는다. 그렇다 보니까 말을 타는 존재는 귀한 사람이다. 당연히 초월적인 존재. 신적인 존재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래서 이육사 선생은 ‘광야’라는 시를 통해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라고 외쳤다. 말 자체가 워낙 신성한 존재를 태우고 가다 보니, 말 또한 굉장히 신성한 존재로 인식된다.
2026년 병오년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모든 국민이 말처럼 힘차게 달리며 소원을 성취하길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대규모 특별전시회가 열린다.
![]() |
| 원나라 말기에서 명나라 초기에 유행한 갈색 도자기 ‘유리홍 소하월하추한신문 쌍이병’.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한국과 중국 고미술 ‘보물 창고’ 다보성갤러리가 4일 개막해 이달 31일까지 여는 기획전 ‘내 말 좀 들어봐 – 말(馬)들의 이야기’전이다. 한국과 중국 수교 34주년을 기념해 두 나라 선조들의 삶 속에 담긴 지혜와 문화를 되새기고 침체된 고미술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기획했다. 인간의 삶과 가장 가까이에서 역사를 함께해 온 존재인 ‘말’을 통해 중국 문화유산의 역사와 의미를 되세길 수 있는 기회다.
미술사적으로 귀중할 뿐 아니라 평소 만나기 어려운 희귀한 명품, 명작들로 총 보험가액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
김종춘 다보성 회장은 “말은 이동과 교류, 전쟁과 의례, 그리고 상징의 매개체로서 인간의 역사에 깊이 각인된 존재한다”며 “유물 속 말의 모습을 통해 과거의 삶과 가치관을 읽어내고, 오늘날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할 이야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다보성갤러리 4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국 말 관련 유물들이 스스로 발화하는 등불처럼 빛과 기운을 힘껏 뿜어낸다. 춘추전국시대에 제작된 말 형상의 청동기를 비롯해 당나라 채회 마용, 송나라 말 모양 도자, 말 문양이 그려진 원나라·명나라·청나라 시대 도자기와 경면주사 먹, 말 형상의 옥·호박·목재 조각상 등 다양한 문화재와 역사 유물들이 총망라됐다.
늘씬한 몸매와 날렵함이 돋보이는 당나라 채회 마용이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긴다. 장례 문화와 조형 예술을 반영한 채회 마용은 생동감 넘치는 자세와 화려한 채색을 통해 당시 말이 지녔던 위상과 상징성을 생생하게 전한다.
마구에 달린 방울들의 투명한 색채가 시선을 당긴다. 선명하게 그려진 눈은 살아있는 듯한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꼬리는 살짝 올라갔고, 안장에는 채색이 가마돼밝은 느낌을 준다. 당삼채 마용도 나와 있다. 몸통은 갈색, 갈기는 백색, 안장은 삼색이 고루 시유돼 색채의 미학이 돋보인다. 말은 오른쪽 앞발의 무릎을 굽혀 들고 앞으로 나아갈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 |
| 춘추전국시대 청동 금상감 마상봉후상.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발길을 살짝 옆으로 옮기면 춘추전국시대 청동 금상감 마상봉후상이 눈길을 붙잡는다. 말과 원숭이를 묘사한 청동기 시대 유물이다. 마상봉후상은 말에 올라 탄 원숭이가 곧바로 제후에 봉해졌다는 기막힌 의미를 담고 있다.
말이 그려진 도자기들도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롭 잡는다. 원나라 청화백자 ‘귀곡자하산문 지통’은 중국의 대표 도자 생산지인 경덕진에서 제작한 원통형 도자기다. 황실에서 두루마리 종이 등을 보관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자기 표면에는 전국시대의 사상가 귀곡자(鬼谷子)가 포로를 석방하기 위해 산에서 말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을 생생하게 잡아냈다. 수레 뒤에는 활을 든 장군이 말을 탄 채 ‘鬼谷(귀곡)’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깃발을 들고 있다. 김종춘 회장은 “이 청화백자 지통은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며, 이러한 귀곡자하산도 장면이 담긴 ‘원나라 청화귀곡자하산문관’이 200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2억3000만위안(396억원)에 낙찰된 바 있다”고 귀띔했다.
원나라 말기에서 명나라 초기에 유행한 갈색 도자기 ‘유리홍 소하월하추한신문 쌍이병’도 시선을 끈다. 한나라의 재상 소하가 달빛 아래에서 수염을 휘날리며 말을 타고 한신을 쫓는 장면을 유리홍(釉裡紅)으로 묘사한 도자기다. 도자기 어깨와 아랫부분에는 변형 연판문(蓮瓣紋), 목에는 모란문(牡丹紋), 구연부와 굽에는 다양한 장식대가 유리홍으로 시문 된 게 이채롭다.
![]() |
| 청나라 시대 ‘기마인물문 잔과 잔탁’.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명나라 영락년제 청화 ‘삼명장문 개관’도 눈길을 붙잡는다. 세 장수가 각각 말을 타고 쫓고 쫓기는 모습을 역동적으로 묘사한 걸작이다. 도자기 어깨에는 보상화문(寶相花紋)이 그려져 있고, 굽바닥에 ‘永樂年製(영락년제)’라는 음각의 관지가 새겨져 있어 1403~1424년에 제작된 것으로 추산된다.
![]() |
| 전시 개막을 하루 앞 둔 3일 다보성갤러리 전시장을 찾은 한 관람객이 중국 유물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김경갑 기자 |
이밖에 당나라 시대 ‘청동 양각 마차문 수막새’, 청나라 ‘장기족문 말 반지’, 송나라 시대 제작된 말이 다리를 굽히고 앉은 자세를 세긴 ‘자주요 백지 흑화 마형 베개’ , 붉은 말을 타고 매사냥을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청나라 시대 ‘기마인물문 잔과 잔탁’, 마차와 산세 등 당시의 풍경을 세밀하게 담아낸 청나라 시대 먹, 말 네 마리가 마차를 끄는 모습으로 조각된 춘추전국시대의 옥기 등도 여지없이 에술적 기교를 들어낸다.
김경갑 기자 kkk10@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