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신문, 26.08.11) '증도가자' 재심의 여부 곧 결론···불공정 심사 논란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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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6-08-1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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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증도가자’, 재심의 여부 13일결정
2017년 부결 당시 심사 관여 인물들 10년 넘게 자리 지켜
조판 데이터 왜곡 주도 간부, 재심의 결정 앞두고 본청 복귀

현대경제신문 박명섭 기자 |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 이하 직지)’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재심의 여부가 곧 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과거 심의 데이터를 조작했던 핵심 간부가 최근 본청으로 복귀하고, 심사위원인 국가유산위원회위원 및 전문위원들의들의 '장기 연임 카르텔'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정한 심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도가자는 1239년 고려시대에 제작된 보물 제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1239년 제작)’를 찍어낼 때 사용한 금속활자다. 특히 직지나 서양의 구텐베르크 성경이 인쇄본만 남아있는 반면, 증도가자는 실물 활자 그 자체라는 점에서 비교할 수 없는 독보적인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증도가자가 2017년 문화재 지정 심의 당시 담당 간사의 데이터 누락과 편향된 심사 등 위법하고 부당한 과정으로 인해 부결됐다는 감사원의 조사 결과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에 국가유산청장은 면밀한 검토를 통한 재심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월 국가유산청은 본 건과 관련해 내부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재심의 여부 및 향후 일정 등을 검토하게 될 것 이라 밝힌 바 있다. 더불어 2017년 심의 당시 본 건 심의 담당 간사였던 황 모 국가유산청 기획조정관은 전주 소재 국가유산청 무형유산국 국장으로 전보 발령됐다.
◆13일 재심의 여부 결정···국가유산위원회 '무늬만 쇄신' 우려
11일 감사원 및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본 건 재심의 여부 등 관련 사안에 대한 결론이 오는 13일 국가유산청 회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만약 증도가자를 재심의 하게 된다면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구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에서 심의를 담당하게 된다.
지난 5월 국가유산청은 기존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의 유형별 3개의 위원회를 하나로 통합해 제1대 국가유산위원회를 출범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내세웠다.
그러나 새로 출범한 국가유산위원회 일부 위원 및 전문위원이 이전 위원회에 이어 최장 14년(7회 연속)까지 장기 연임하는 것으로 나타나 카르텔 형성 우려와 함께 '무늬만 쇄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는 2년마다 위원, 전문위원 위촉을 발표하면서 신규 위촉률 50%를 홍보해 왔지만, 일부 인사들은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왔다. 더욱이 심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문위원의 이해충돌 방지를 위한 해촉 기준이 올해에야 마련되는 등 그동안 권한에 대한 견제 장치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현장 전문가들은 '연임 상한제' 도입 등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가유산청은 방대한 조직 규모상 카르텔 형성이 구조적으로 어렵고 전문성 유지를 위해 장기 연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심의를 실질적으로 좌우하는 국가유산위원회 위원과 전문위원들의 '초장기 연임' 문제는 공정성을 훼손하는 핵심 요인이다. 핵심 분과 주요 위원들 중 5명은 무려 5회 연속(10년) 자리를 지켰으며, 조사와 실무를 담당하는 전문위원 3명은 지난 2013년 이전부터 현재까지 무려 7회 연속(14년 이상) 위촉됐고, 또 다른 2명의 전문위원도 6회 연속(12년) 위촉되며 사실상 위원회 실무 조사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장기 위촉된 전문위원 5명 중 2명이 만약 증도가자가 재심의에 들어갈 경우 이를 담당하게 될 '동산문화유산분과' 소속이라는 점이다. 1명은 7연속, 1명은 6연속 위촉됐다. 2017년 부결 당시 심사에 관여했던 이들이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학문적 시각이나 객관적 재검토가 수용될 수 있을지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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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판 데이터 조작 간부의 미묘한 본청 복귀
증도가자 재심의 결정을 앞둔 시점의 미묘한 인사 이동도 주목된다. 지난 1월 무형유산국장으로 전보됐던 황 국장은 관련 진행 사항 결정을 불과 엿새 앞둔 지난 7일 대전 소재 본청 자연유산국장으로 다시 전보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심사 당시 담당 간사였던 황 모 국장은 가장 핵심이 되는 ‘조판 실험’ 데이터를 철저히 조작했다. 지정조사 보고서에는 번각본인 ‘속명의록’과 ‘석보상절’이 각각 0.3~0.5cm, 0.8cm 수축됐다고 명시돼 있었지만 그는 "속명의록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허위 보고 했고, 석보상절의 0.8cm 수축 사실은 아예 누락했다. 통계청 자문 결과 정상적인 통계 분석을 적용했다면 ‘식자(조판)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와야 했음에도, 이를 ‘불가능하다’로 뒤바꾼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황 모 국장이 증도가자 심의 담당 부서는 아니지만 7개월 만의 본청 인접부서 복귀라는 점과 13일 증도가자 관련 향후 진행사항 결정을 앞두고 인사가 이뤄졌다는 점이 매우 미묘하다" 며 "2017년 부결 당시 심사에 관여했던 전문위원 2명이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과 함께 강한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13일 회의에 구체적으로 해당 안건이 상정됐는지 담당 부서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국장급 인사 이동과 본 사안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최근 인사는 이번 사안과 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증도가자 소유자인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이해 당사자로서 지금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관계 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15년을 끌어온 증도가자 진실 공방이 특정 세력의 장기 집권 카르텔을 깨고 객관적 과학 검증을 토대로 한 공정한 재심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오는 13일 국가유산청의 결정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