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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신문, 2026.10.06 )국가유산청 '증도가자' 일괄공모, 재부결 위한 포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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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10
  • 작성일26-10-0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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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지적 1년···진행된 건 감사원 지적 반박뿐
9월 시작한다던 일괄공모 10월 초까지 '감감무소식'

증도가자. ⓒ다보성갤러리
증도가자. ⓒ다보성갤러리

현대경제신문 박명섭 기자 |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보다 138년가량 앞선 것으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의 보물지정 재심의를 둘러싼 국가유산청(청장 허민)의 행보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8월13일 국가유산위원회 제2차 동산문화유산분과위원회를 열고, 9월 중 현존하는 증도가자 일괄공모를 실시해 전면적인 재조사와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0월 초인 현재까지 아무런 후속 발표나 구체적인 일정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국가유산위원회가 증도가자의 재심의를 거부하거나 또다시 부결로 이끌기 위해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과학적 검증 끝났는데 또 공모?"···명백한 시간 끌기 지적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일괄공모를 통한 전면 재평가’ 계획이 기한조차 명확하지 않은 전형적인 시간 끌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증도가자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이미 2017년에 완료된 상태다. 당시 문화재위원회조차 보물 지정을 부결하면서도,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고 공식 인정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굳이 현존 금속활자를 일괄 공모해 기초조사부터 다시 밟겠다는 것은 사안의 결론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의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10일 본지 서면 질의에 "기존 조사 및 연구 성과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검토하고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공모부터 지정 여부 검토까지 소요되는 기간이나 이번 심의에 참여할 위원에 대해서는 "현재 확정된 사항이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감사원 지적 묵살···부속기물 검증불가 이유로 본체 진위부정

국가유산청이 2017년 심의 당시 자료에 하자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지적조차 객관성 없이 반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앞서 감사원은 국가데이터처(통계청) 분석을 근거로 비교자료인 ‘석보상절’의 광곽 수축(0.8cm) 사실이 심사 자료에서 누락됐으며, 통계 분석상 조판이 일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감사원의 통계방법론이 정규분포를 따르지 않아 잘못됐다"며 이를 반박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것은 52자에 불과한 숫자의 실물 실험으로 조판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당시 문화재청의 심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이 었다. 

또한 증도가자가 담겨 있었다고 알려진 청동수반(水盤·물을 담는 대야)과 초두(鐎斗·액체를 데우는 데 쓰는 자루 달린 솥)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자체 비교조사 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혔다. 2017년 부결 당시 문화재청은 금속활자 본체의 과학적 연대가 입증됐음에도, 부속 기물인 청동수반 등과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지정을 부결했다.

이에 대해 학계와 소장자 측은 "지정을 막기 위한 억지 요구이자 이중 잣대"라고 강력히 비판해 왔다. 활자 본체의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배제하고 부속 기물의 검증 불가를 이유로 유물의 진위를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비판이다.

◆'2017년 부결 주역' 재등판···데이터 왜곡 논란 간부의 영전

무엇보다 2017년 부결 주역들이 여전히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국가유산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국감 및 감사원 지적 후 열린 국가유산청장 주재 회의에 2017년 지정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정 모 전문위원(상근)이 2회 연속 참여했다. 

전문위원은 의결권은 없지만 현장 조사자료와 의견을 통해 위원들의 심의에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막강한 자리다. 정 전문위원은 2015년부터 동산문화재분과에 6회 연속 위촉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특히 정 전문위원은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장사하는 사람 물건을 보물로 지정해 값이 뛰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발언을 했던 박 모 전 동산분과위원장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인 ‘직지’ 연구로 학문적 성과를 이룬 인물이다. 편향적인 인물이 향후 심의 과정에 관여할 경우 불공정한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2017년 심의 당시 핵심 데이터인 '석보상절' 수축 사실을 누락하고 조판 불가능으로 회의록을 조작했던 의혹을 받는 황 모 당시 간사(현 국장)에 대한 미온적 조치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감사원 조사 결과 심각한 데이터 왜곡과 허위 보고를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그는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았다. 오히려 올해 1월 전주 무형유산국장으로 전보됐다가, 일괄공모 방침이 결정된 8월13일 회의를 불과 엿새 앞두고 대전 본청 자연유산국장으로 7개월 만에 복귀했다.

결국 9월 중 일괄공모를 시작하겠다는 발표에도 10월 초까지 침묵을 지키는 국가유산청의 태도는 재심의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증도가자 소유자인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국가유산청은 이미 과학적 검증을 마친 유물에 대해 실효성 없는 일괄공모를 핑계로 결정을 미루는 시간 끌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과거 카르텔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투명한 재심의 절차에 돌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