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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 2026.10.07) “말로만 증도가자 보물지정 재조사...액션플랜 아직도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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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9
  • 작성일26-10-0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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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자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 국가유산청 일괄공모 추진에 불만


“조사·심의 완료 목표일도 제시안해...고의 지연 의혹
 문화체육관광부 국감 앞두고 업계 파장 더욱  커질 듯”

한국 고미술계의 권위자 김종춘 다보성 회장은 지금도 '증도가자(證道歌字)'가 세계적인 유물이란 사실에 확신을 갖고 있다. 진위 논란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약 16년의 긴 세월을 실체 규명에 홀로 싸워 왔다. 그동안 투자한 돈만도 수십억원에 달했다. 고려 때 불교서적 증도 가자를 인쇄한 금속활자를 소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역시 힘든 세월을 겪어왔다. 일부 학계와 소속 관청의 비난과 반박의 ‘화살’에 정신적인 고통도 컸지만 ‘진실은 끝내 승리한다’는 절체절명의 원칙에 무릎을 꾾지 않았다. 다행이도 지난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 증도가자 논란의 이면에는 전문가들 간의 라이벌 의식, 박물관을 포함한 유물 소장자 간의 시각 차이와 파벌 다툼 등이 깔려 있다는 걸 확인됐다.

그는 지난달 국가유산청이 재조사 계획을 발표하자 일단 안도감이 들었다. 유산청의 구체적인 재조사 플랜과 액션을 기대하며 기쁨을 나눈 것도 잠시에 그쳤다. 유산청이 조사를 언제까지 마치고 국가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시기에 대한 일정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더구나 전국에 흩어진 증도가자 계열 금속활자를 한꺼번에 모아 조사(일괄 공모)한다는 방침에 연일 밤잠까지 설치고 있다. 국가유산위원회가 증도가자의 재심의를 거부하거나 또 다시 부결로 이끌기 위해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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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이 8일 서울 경운동 전시장에서  증도가자가 보물지정 심의에서 부결된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경갑


◆감사원 지적을 묵살하는 이유는 뭔가

8일 서울 경운동 다보성갤러리에서 만난 김종춘 회장은 “세계 인쇄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는 위대한 문화유산 증도가자가 부당한 사유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영원히 사장될 뻔했다”며 “국가유산위원회가 고의로 재조사 시간을 끌고 있는데다 의구심이 든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엇다.

“물론 지난 15년 동안 증도가자를 둘러싸고 학술적 이견과 데이터 처리 과정에서의 아쉬운 진통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혼란을 뒤로하고 객관적인 사실과 과학적 진실에 기반해 재검토할 기회가 마련된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죠. 국가유산청의 이번 재심의 결정은 과거의 미흡했던 점들을 포용력 있게 바로잡고, 우리 문화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증도가자에 대한 과학적 검증은 이미 2017년에 완료된 상태다. 김종춘 회장은 “당시 문화재위원회조차 보물 지정을 부결하면서도, 방사성탄소연대측정 등 과학적 분석 결과를 토대로 고려시대에 제작된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며 “굳이 현존 금속활자를 일괄 공모해 기초조사부터 다시 밟겠다는 것은 사안의 결론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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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실제로 유산청 측은 최근 공모부터 지정 여부 검토까지 소요되는 기간이나 이번 심의에 참여할 위원에 대해서는 현재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혀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에서 파장이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유산청의 감사원 감사에 관련된 반대 의견에도 일일이 강변했다.

유산청은 2017년 심의 당시 자료에 하자가 있었다는 감사원의 지적조차 객관성 없이 반박하고 있다. 김 회장은 “감사원은 국가데이터처(통계청) 분석을 근거로 비교자료인 ‘석보상절’의 광곽 수축(0.8cm) 사실이 심사 자료에서 누락됐으며, 통계 분석상 조판이 일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대꾸했다.

“감사원이 지적한 것은 52자에 불과한 숫자의 실물 실험으로 조판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낸 당시 문화재청의 심의 결정이 부당하다는 것이었거든요.”

유산청은 또 증도가자가 담겨 있었다고 알려진 청동수반(水盤·대야)과 초두(鐎斗·솥)에 대한 정보가 없다며 자체 비교조사 계획을 수립한다고도 밝혔다.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보물 지정을 막기 위한 억지 요구이자 이중 잣대"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활자 본체의 명백한 과학적 증거를 배제하고 부속 기물의 검증 불가를 이유로 유물의 진위를 부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이야기다.

김 회장은 재심의 논의를 앞두고 다소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2017년 심사에 관여했던 인물들이 지금도 국가유산청에 재직하고 있어 재심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걱정스럽다”고 우려 했다.

“증도가자의 세계사적 가치가 인정될 경우에 자신들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해 지난번 심사에 내밀히 관여했는데, 이번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문화재 지정은 오로지 그 가치로만 이뤄져야 하니까요.”

그는 “지난해 국감 및 감사원 지적 후 열린 유산청장 주재 회의에 2017년 지정 부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정 모 전문위원(상근)이 2회 연속 참여했다는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문화재 전문위원은 의결권은 없지만 현장 조사자료와 의견을 통해 심의에 결정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막강한 자리다. 김 회장은 “정 모 전문위원은 2015년부터 동산문화재분과에 6회 연속 위촉돼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며 ”정 모 위원은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인 ‘직지’ 연구로 학문적 성과를 이룬 인물이다. 편향적인 인물이 향후 심의 과정에 관여할 경우 불공정한 결과가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고 강조 했다.

김 회장은 감사원 조사 결과 심각한 데이터 왜곡과 허위 보고를 주도한 정황이 드러났음에도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은 황 모 당시 심의위원회 간사(현 국장)에 대한 미온적인 행정 조치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황씨는 2017년 심의 당시 핵심 데이터인 '석보상절' 수축 사실을 누락하고 조판 불가능으로 회의록을 조작했던 의혹을 받는 인물이 버젓이 지금도 무형유산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감사원의 감사가 먹히지 않는다고 봐야할지 참 긍금합니다.“

국가유산청이 일괄공모 방식의 재조사를 택한 만큼 이번에는 조사 단계에서 머물지 않고 결과에 따른 지정 판단까지 이어지는 타임테이블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도가자 소장자인 김 회장은 "유산청은 이미 과학적 검증을 마친 유물에 대해 실효성 없는 일괄공모를 핑계로 결정을 미루는 시간 끌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과거 문화재 마피아 같은 카르텔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투명한 재심의 절차에 돌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창고에서 썩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

증도가자는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다. 이 활자로 찍은 책은 현재 남아 있지 않고 금속활자본을 토대로 고려 고종 26년(1239년) 목판본을 만들어 인쇄한 책이 보물 제758호로 지정돼 있다. 증도가자가 실물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공인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무엇보다 실물(활자)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직지심체요절과 서양의 구텐베르 성경(1452)이 금속활자로 찍은 인쇄본 책만 존재하고 실제 활자는 남아 있지 않다.

우리가 내부의 진통으로 머뭇거리는 사이, 외국의 유수 학자들과 이웃 나라에서도 고려 활자의 뛰어난 기술력과 가치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금속활자 발명국으로서의 주도권과 문화적 주용성을 확실히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증도가자에 대한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이다.

찬란했던 고려 인쇄 기술의 백미(白眉)를 재조명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미래 세대와 세계인들에게 떳떳하게 알릴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와 관심이 모이기를 기대한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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