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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 2026.10.29) ‘뒷짐 행정’에 갇힌 문화유산 증도가자...“보물 지정 조기 재심의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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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7
  • 작성일26-10-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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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짐 행정’에 갇힌 문화유산 증도가자...“보물 지정 조기 재심의 촉구“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 청와대에 재심사 촉구 탄원서 제출

2017년 4월13일 심의의 '부결' 결정 경위

과거 심의에 관여한 전문 위원 배제 촉구
국회의장-감사원장-경찰청장에 탄원 검토

지난 60년 동안 문화유산 보존과 전시를 통해 나라발전에 이바지 해 온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고려시대 금속활자 ‘증도가자(證道歌字)’ 59점을 비롯한 활자 101점을 소장하고 있는 한국 고미술계의 권위자다. 그는 증도가자 진위 논란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약 16년의 긴 세월을 실체 규명에 홀로 싸워왔다. 금속활자를 소장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 역시 힘든 세월을 겪었다. 일부 학계와 소속 관청의 비난과 반박의 ‘화살’에 정신적인 고통도 컸지만 ‘진실은 끝내 승리한다’는 절체절명의 원칙에 무릎을 꾾지 않았다.

그는 '증도가자'가 여전히 세계적인 유물이란 사실에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굳게 믿었던 국가기관(국가유산청)마저 문화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데 주저하고 있어 요즘 밤잠을 설치곤 한다. 유산청이 보물지정 재심의 의지는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조사 플랜과 액션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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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사회의 무관심과 방기로 인해 선조들의 얼과 혼이 담겨있는 세계적인 유산이 어두운 창고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끔 울분이 치민다.

김 회장은 국가기관의 이런 ‘뒷짐 행정’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급기야 청와대 탄원 카드를 커내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그동안의 증도가자 보물지정 부결 과정과 잘못된 행정을 직접 설명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회장은 지난 21일 청와대에 고려 금속활자 ‘증도가자’ 공정하고 정상적인 심의 절차 이행 촉구에 관한 탄원서를 공식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8일 서울 경운동 다보성갤러리 전시장에서 만난 김 회장은 “우리 국가유산이 올바른 행정절차에 따라 제대로 논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탄원서를 냈다”며 “2017년 심의의 '부결' 결정 경위를 비롯해 신속하고 정상적인 재심의, 과거 심의에 관여한 전문위원의 배제 등을 통해 합법적인 절차가 진행되기를 대통령에게 직접 호소했다”고 날을 세웠다.

문화유산 보호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던 그는 “IT산업의 원조격인 금속활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일“이라며 ”세계의 역사교과서를 다시 쓰게 할 증도가자가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탄원의 이유를 거듭 강조했다. 김 회장은 대통령에게 제출한 탄원서의 처리 결과를 지켜본 뒤에도 여의치 않으면 국회의장과 감사원장, 경찰청장에게도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다.

 

◆왜 청원했나

김 회장은 그동안 일부 문화재 전문가들의 기득권을 통한 사적 이익으로 인해 국가적 이익이 훼손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종종 밝혀왔다.

그는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문화강국으로 우뚝 선 바탕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유산을 물려준 선조들의 지혜가 자리하고 있다”며 “증도가자는 현존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서양의 구텐베르크 활자보다 200년 이상 앞선 세계 최초의 실물 금속활자”라고 말했다.

“직지는 인쇄본의 결과물만, 그나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지만 증도가자는 인쇄 기술의 원형인 ‘활자 실물’ 그 자체라는 점에서 인류의 문화사를 새로 쓸 독보적인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으로 봉직하는 유산청 공무원과 전문위원들은 소중한 국가유산을 철저히 검증하고 세계에 알리는 본연의 책무를 수행하기는 커녕 허위공문서 작성을 통한 기득권 카르텔 유지에 급급하고 있어요.”

선조들의 얼과 혼이 담겨있는 위대한 문화유산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2010년 처음 공개되고 2011년 국가유산 지정 신청을 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증도가자는 여전히 정상적인 심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유산청은 국가 업무의 적정성을 감독하는 최종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인 감사원의 감사결과마저 부인하고 무시하며 문화계 카르텔을 구축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예정된 '부결'이었나?

증도가자는 공개 직후 의혹이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2011년 당시 담당 부처인 문화재청(현재 국가 유산청)의 요청으로 보물 지정 신청이 이루어졌다. 국가 예산을 투입해 문화재연구소와 문화재보존과학센터, 그리고 32명의 산학협력단이 18개월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은 물론 모든 과학적 검증을 마무리한 결과,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결론이 나와 그 내용을 두 권의 책자로 발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고려 금속활자 증도가자가 보물 지정에 부결된 경위를 탄원서에 조목조목 따져 들어갔다.

“2017년 심의 회의록과 녹취록에 따르면, 간사로 참석했던 황 모씨(현재 국장)는 ‘유보를 하면 재심의를 해야 하니 차라리 부결을 하자’는 취지로 의견을 적극 개진한 것이 의외의 결과로 이어졌어요. 사실 황 모씨는 간사로서 회의를 보조할 뿐 의사를 결정할 권한이 없거든요. 또 위원들의 판단에 개입해서도 안되고요. 게다가 문화재위원회 회의는 오후 3시경 끝났는데, 한 시간만인 오후 4시에 언론 설명회가 열렸습니다. 부결 자료가 미리 준비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당시 황 모씨가 추가 조사와 재심의에 따른 부담을 이유로 부결 의견을 제시했다는 녹취 내용 역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와 관련한 쟁점이다.

그는 유산청의 ‘출처와 소장 경위 불분명’주장에 대해서도 “잘못된 문화 행정”이라고 탄원서를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2017년 문화재위원회는 부결의 주요 근거로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고 했지만, 당시 문화재청은 2015년 대구와 일본 등 다방면으로 철저하게 출처와 소장 경위를 확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2017년 황 모씨는 언론사 인터뷰를 통해‘출처는 확인되었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또 김 회장은 당시 문화재위원들의 심의의 공정성과 이해충돌 부분에 대한 자료도 탄원서에 첨부했다.

“심의 과정에 관여하거나 참여했던 박모 전 동산분과위원장과 정 모 전문위원은 직지를 주로 연구해 온 인물입니다. 증도가자를 연구한 남권희 교수와 학문적으로 대립해 왔던 것도 사실이지요, 특히 박모 분과위원장은 2013년 7월 18일 한 신문과 인터뷰에서 "소장자가 고미술상이다. 장사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게 아무리 좋다 해도 값이 뛰면 누가 책임지느냐"며 주장했습니다. 또한 2015년 ‘60억 원을 제공할테니 증도가자를 음해하라’는 사주를 받았다고 했던 정모 씨의 양심선언에 대해서도 자료를 제출했지만 별다른 조사 없이 은폐한 겁니다.”

김 회장은 공문서에 드러난 증도가자의 왜곡된 사실도 탄원 내용에 담았다.

“오래된 활자는 인쇄본과 실물 사이에 크기 차이가 생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비교 사례인 ‘속명의록’은 0.3~0.5cm, ‘석보상절’은 0.8cm의 수축 차이가 확인됩니다. 그런데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 분석결과 보고서’에는 ‘속명의록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고, 석보상절의 경우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2025년 9월 감사원 감사의 지적사항이었는데, 황모 국장과 정모 전문위원은 완강히 부인하다 뒤늦게 ‘고의성 없는 실수’라며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증도가자가 ‘직지심체요절’보다 먼저 제조된 금속활자 원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기득권 카르텔의 사적인 이익을 지키고자 공문서를 허위로 조작 작성한 것입니다.”

원본 조사보고서의 핵심 측정 수치가 심의자료에서 빠지고 전문가의 추정적 판단이 확정적인 표현으로 바뀐 경위와 관련해 허위작성공문서 행사죄 적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유산청의 감사원 지적에 대해 부정

김 회장은 유산청의 감사원 지적에 반발했던 내용도 소성히 밝혔다. 실제로 유산청은 2017년 심의에서 조판 실험 결과 지정 신청 활자가 증도가를 찍은 활자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감사원은 국가전문기관인 국가데이터처(통계청)에 의뢰해 당시의 자료를 분석을 통해 지정 신청 활자가 증도가 활자본 편찬에 사용된 전체 활자로서의 대표성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유산청은 2026년 1월 자체 감사를 벌여 국가데이터처의 분석 방법이 잘못됐다며 통계 관련 전문분석기관의 분석결과마저 부정해 논란이 일었다.

김 회장은 “이 자체 감사에는 2017년 심의의 총괄 간사였던 황모 기획조정관과 10년 넘게 연임하고 있는 정모 전문위원이 참여했다”며 ”위원 또는 전문위원이 해당 안건과 관련된 용역을 수행했거나 다른 방법으로 직접 관여한 경우 조사·심의·의결에서 제척하도록 돼 있는 현행 국가유산위원회 규정 11조을 무시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결국 한 발 물러 선 유산청

김종춘 회장은 그동안 심의자료의 문제와 함께 과거 부결 결정에 관여했던 인사들이 새로운 검증에도 참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유산청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부결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가 잇따라 제기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결국 기존 심의위원들을 배제하고 새로운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허 총장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새로운 심의위원 구성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기존 신청 유물 101점을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답변했다.

2010년 증도가자를 학계에 공개한 서지학자 남권희 경북대 명예교수도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해 ”조사 대상을 확대하면 상당한 시간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일괄공모 방식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전국 금속활자 일괄공모를 추진해 온 국가유산청이 국회의 집중 추궁 끝에 기존 신청 유물 101점에 대한 새로운 검증 요구를 수용하면서 재심의가 속도감 있게 이뤄질지 기대된다.

김 회장은 또 ”국가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금속활자가 훼손된 사건도 국가유산청이 풀어야 할 문제“하고 했다. 2016년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다보성갤러리 소장 금속활자를 조사하던 중 활자 5점이 손상돼서다.

”활자 1점은 글자의 7%가 떨어져 나갔고, 나머지 4점도 측면과 뒷면의 부식층이 벗겨졌습니다. 당시 연구소도 조사 과정에서 활자가 손상된 사실을 인정한 상황이구요.“

김 회장은 국가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활자 자체를 훼손하는 것까지 허락한 적은 없다”며 “당시 문화재보호법 위반 여부를 따지고,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도 고려하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