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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2020.04.08) 달마 닮은 龍 꿈틀… 古미술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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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5,351
  • 작성일20-12-03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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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주를 집어삼키려는 용의 모습이 빠른 필치로 그려져 있다. 용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구름의 흐름이 어우러져 호쾌함이 백자 전면에 넘쳐난다. 17세기 광주 지월리 요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용의 머리 부분이 달마의 모습처럼 해학적으로 그려진 것도 이채롭다. 백자철화운룡문호(白瓷鐵畵雲龍紋壺)다. 날렵한 자태의 잿빛 분청사기에는 사람 얼굴에 머리카락까지 그려져 있다. 조선전기의 ‘분청자상감인면문매병(粉靑瓷象嵌人面紋梅甁)’이다. 바로 옆에는 물고기가 그려진 분청자상감어류문매병(魚柳紋梅甁)이 있다. 영락없이 초등학생이 그린 물고기다.

혜곡 최순우는 일찍이 조선 백자 바로 앞세대의 분청사기 문양에 대해 “장난기가 가득 어렸으면서도 현대 추상미술의 뺨을 칠 만큼 짜임새가 있는 선의 구성은 마치 파울 클레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고 감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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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수운회관 1층과 2층에 자리 잡은 다보성갤러리에서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다채로운 문화유산으로 꾸민 고미술 특별전 ‘봄·옛 향기에 취하다’ 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29일까지 계속될 이번 전시에는 금속 유물과 도자기 300여 점, 서화 70여 점, 고가구와 민속품 120여 점 등 무려 약 500점의 ‘문화재급’ 고미술작품이 빼곡히 전시돼 선보인다. 전시장 한가운데 들어서면 마치 ‘박물관의 문화재 수장고’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고미술 부문에서 최다 소장품과 폭넓은 컬렉터 인맥을 자랑하는 다보성갤러리 전시는 국내 주요 박물관 학예사들의 순례 코스다. 특히 이번 전시는 경술국치 110주년과 광복 75주년을 맞아 우리나라 문화재 가치와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국내의 고미술 대표 갤러리인 다보성이 ‘고미술 시장 살리기’ 일환으로 마련, 주목을 받고 있다.

1층에는 각종 자기류 외에 통일신라 말부터 제작되기 시작해 고려시대에 널리 유행한 철불좌상, 고려시대의 청자여래좌상과 청자여래입상,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토기삼존불 등이 전시돼 있다. 전시장 한쪽 벽에는 ‘나한도(羅漢圖)’란 타이틀의 오래된 그림이 걸려 있다. 다보성 측에서는 “원효대사의 초상으로 추정되지만 검증이 더 필요한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준엄한 표정으로 누군가를 질정하듯 노려보고 있다.

대표적인 궁중회화 작품으로 꼽히는 조선시대 책가도 8폭 병풍도 전시돼 있다. 다초점 방식으로 그린 기존의 책가도와 달리 중앙에 초점을 두고 투시 기법을 적용해 그렸다. 책가도에는 서랍과 다양한 기물이 그림 위에 배치돼 당시의 생활상을 엿보게 해준다. 


2층에는 궁중주칠삼층책장(宮中朱漆三層冊欌), 궁중나전경상(宮中螺鈿經床), 강화반닫이(江華櫃) 등을 비롯, 지역별 약장(藥欌)과 농(籠), 서탁(書卓), 나전상(螺鈿床) 등 옛 궁중과 사대부 집안의 가구와 목기가 도열한 가운데 화려한 색감의 궁중 화조도 6폭 병풍, 화조도 10폭 자수병풍 등이 함께 전시돼 운치를 더한다. 2층 전시장 한편에는 일제강점기 조각가였던 김복진(1901∼1940)의 ‘소녀상’이 놓여 눈길을 끈다. 전시 수익금 중 일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의료지원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대표는 “선조들의 유물이 제대로 평가를 못 받고 있다. 고미술계가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고미술 시장을 살리기 위해선 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 된 고미술품의 해외 유통을 규제하는 문화재 보호법을 개정, 일본처럼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 외에는 국내외를 넘나들며 거래가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 달마 닮은 龍 꿈틀… 古미술에 취하다 - munhwa.com